미국 워싱턴 인근에 사는 한인 이영명(45·가명)씨는 집이 두 채다. 2000년에 산 지금 살고 있는 집과 미국 부동산경기가 정점을 찍던 2006년 거의 은행돈으로 산 남부 조지아주 집이다. 수당제로 일하는 그는 요즘 일감이 떨어져 생계를 꾸려나가기에도 급급하다. 그런데 은행빚 이자(모기지)를 내느라 힘에 겹다. 조지아 집을 내놓은 지 1년이 넘었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그는 살던 집도 팔고 아파트(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아파트는 월세다)로 이사 가려 한다. 한때 80만달러를 넘던 집은 이젠 60만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집 두 채를 다 팔아도 은행빚을 갚고나면 손에 쥐는 돈은 애초 집을 살 시점의 10만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1998년 외환위기로 직장을 잃고 탈출하듯 온 이민생활 12년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중산층으로 진입한다는 것이었다. ‘아메리칸 드림’의 출발점이다. 또 미 정부도 금융위기 이전까지 줄곧 주택소유를 장려해와 원금의 10%만 내고 나머지는 30년 융자를 받아 집을 사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집값은 꾸준히 올랐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근본이 달라졌다. 지난달 미국의 기존 주택판매가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같은 달 신규 주택판매는 사상 최악으로 드러났다. 미 부동산 가격은 고점대비 평균 30% 가까이 급락했지만, 수요가 없다. 과거와 달리 부동산이 오히려 경기악화의 주범으로 몰리자, 정부 정책도 금융규제를 강화해 예전처럼 빚을 내 집을 사도록 하는 방향에서 급선회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최근 주택소유의 시대가 끝났다는 보도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타임> 최신호는 ‘주택소유에 대한 반기’라는 기사에서 “과거 주택소유는 위험부담이 전혀 없는 안전투자처였으나, 이제 누구나 집을 갖는다는 미국의 신화는 깨지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사람들이 자기 집보다 아파트 등 임대주택을 선호하기 시작했다고 <타임>은 보도했다. 미국의 자가주택 소유율은 2차대전 직전 45% 수준에서 꾸준히 올라 2007년 금융위기 직전에는 69.2%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현재는 66.9%로 떨어졌다.
<뉴욕 타임스>도 최근 “집이 황금알을 낳던 시대는 끝났다”는 분석 기사를 내보냈다. 신문은 주택 가격이 올라 자녀의 교육비는 물론 유람선 여행과 골프 비용 등까지 충당할 수 있게 해주는 시대는 영원히 지나갔다고 보도했다. 딘 베이커 경제정책연구센터 소장은 2005년 이후 일어난 주택가격 하락분 6조달러를 만회하려면 앞으로 20년은 걸릴 것으로 추산하면서 “사람들이 주택을 돈을 버는 수단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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