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입대의

"믿고 뽑았던 동대표, 아파트 관리비만 빼먹었네"

이영철의 희망세상 2014. 3. 28. 10:05

[아파트 비리 어느 정도인가 봤더니…]

- 각종 수당부터 공공자금·업무추진비까지 챙겨
- 4년간 착복… 비용회수 등 사후처리 지지부진
- 주민들 "시·자치구서 후속조치 방법 제시해야"


 서울 중구 에 위치한 000아파트는 2013년 가을 도색공사를 했다. 1999년 7월 19개동에 총 2282가구가 입주한 지 14년 되던 해다. 동별 대표자들이 감독업무를 맡았다. 문제는 동 대표들이 감독수당을 받으면 안됨에도 3명이 3개월 동안 270만원씩 총 810만원을 챙겼다.

 잡수입은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하는 등 공공자금이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동 대표 등의 명절선물비, 총무이사의 업무추진비 등으로 1억원 이상을 쓰고도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동 대표들이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석하면 5만원을 수당으로 받는다. 하지만 아파트 동 대표들은 회의가 없어도 수당을 챙겼다. 과다지급한 회의참석수당만 800만원을 넘는다.

 서울 중구에서 지난해 이 아파트를 대상으로 관리실태를 조사한 결과 동 대표들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이처럼 관리비를 착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단지 규모가 크다보니 동 대표수가 많고 예산 규모도 커서 예산 집행에 문제가 더 많았던 것이란 분석이다.

 아파트관리의 문제점이 이같이 드러났지만 사후처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사후처리를 주민대표인 동 대표가 해줘야 함에도 비리를 저지른 당사자여서다.

 사후처리를 위해 주민들은 비리가 있는 동 대표들을 해임하고 새로운 동 대표를 선발했지만 이후 부당하게 나간 관리비 회수 등 법적 처리까지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주민들의 입장이다.

 이 아파트 주민 A씨는 "관리실태 조사만 하고 사후처리가 되지 않는다면 맑은 아파트가 되는 것은 요원할 것"이라며 "서울시나 자치구에서 실태조사만 요란하게 하고 사후처리는 주민들의 몫이라며 뒷짐만 지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관에서는 비리를 적발하고 시정명령 조치 후 불이행하면 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처분을 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수당 과다지급 회수문제 등은 채권채무 관계의 민사라 관에서 관여할 수 없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실태조사 후 후속조치를 위한 절차와 방법을 제시해주는 매뉴얼도 제공돼야 실질적인 '맑은 아파트 만들기'가 가능해진다는 입장이다.

 A씨는 "우리 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실태조사가 이어지고 비슷한 사례의 비리들이 나올 텐데 후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려줘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민들이 시나 자치구에 사후대책까지 요구하게 된 것은 이번 실태조사로 동 대표들에 대한 신뢰가 깨진 것도 원인이다. 이 아파트 주민 B씨는 주민모임 온라인카페를 통해 "사후대책과 관련, 새로운 동 대표들에게만 맡기지 말고 주민들이 동 대표회의에 같이 참석해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지난해 하반기 아파트관리 실태조사를 실시, 400~500건의 비리를 적발했다. 시와 공동조사 외에 자치구의 자체 실태조사 대상은 강동구, 중구 등 13개 자치구에서 추진한 40~50개 단지에 달한다. 총 70개 내외 단지가 지난해 실태조사를 받은 셈이다.

 실태조사 결과를 정리해 발표한 자치구는 강동구뿐이다. 강동구는 5개 단지를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 △예산·회계분야 10건 △장기수선계획 분야 2건 △입주자대표회의 운영 분야 2건 △공사 및 용역업체 선정분야 16건 등 총 30건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이중 △수의계약 4건 △입주자대표회의구성 지연 1건 △공사·용역 낙찰 방법 부적정 1건 등 총 6건이 과태료 부과 대상이었다. 자치구는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각 단지 관리사무소에 전달하고 후속조치를 2개월 안에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