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4300억원대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은 이중근(79) 부영그룹 회장이 법정구속 상태에서도 대한노인회 회장직을 유지하며 ‘옥중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은 2018년 11월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과 벌금 1억원의 중형을 선고 받고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법정구속은 면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월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형량을 2년 6개월로 대폭 줄였으나, 선고 직후 보석 신청이 취소되면서 법정 구속된 상태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횡령 등 비리혐의로 법정구속 된 상태에서 비영리단체인 대한노인회의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적지 않아 보인다.

25일 대한노인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횡령 및 배임혐의로 구속 수감된 부영그룹의 오너인 이중근 회장은 비영리단체인 대한노인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17년 7월 17대 대한노인회 회장으로 당선된 이래 구속 전까지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그의 임기는 내년 7월까지다.
그러나 이 회장이 법정 구속되면서 비영리단체인 대한노인회의 회장직을 유지하는데 대한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이 회장의 구속 수감에 부영그룹은 또 다시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한노인회의 경우 기존대로 이 회장에게 사업계획 등을 보고하는 등 여전히 그의 지휘아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대한노인회가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비영리 단체라는 점과 특히 전국의 노인단체를 대변하는 등 사회적·정치적으로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횡령 및 배임 등 비위혐의로 구속까지 된 이 회장이 기존대로 대한노인회의 회장직을 유지하는 게 도덕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노인회 관계자는 청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중근 회장이 비록 법정구속 상태이나 아직 대법원 최종판결이 나온 상태는 아니다”면서 “임기는 2021년 7월까지로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한노인회 관련 주요 업무현황과 향후 사업계획 등 제반사항들을 취합해 부영그룹 측에 전달하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즉, 대한노인회의 운영이 온전히 이 회장이 그늘아래 운영되고 있다는 것으로, 쉽게 말해 ‘옥중경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969년 설립된 대한노인회는 우리나라 700만 노인을 대표하는 단체다. 전국 16개 시도연합회와 244개 시군지회, 18개 해외지회에 6만5000개의 경로당을 관할하는 거대조직으로 성장했다. 회원수는 300만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현재 이 회장의 법정 구속됐음에도 노인회에서 부영그룹에 사업계획 등을 정리해 보고되고 있다는 점은 이 회장이 실질적인 운영을 맡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법정 구속으로 김광홍 수석 부회장이 대한노인회의 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으나,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까지 이 회장 체제로 운영될 것이란 전망이 적지않다.
이는 대한노인회 소속 회원수 등 단체 규모를 감안할 때 사회적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지난 2017년 7월 대한노인회의 회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16개 시·도 연합회 회장과 245개 지회 회장들에게 사재로 월 100만원씩 지급하는 한편 100억원의 사재를 털어 무주리조트 내 1500평 규모의 노인전문교육원을 건립해 기증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지난 2017년 7월 대한노인회 취임 당시에는 "노인인구 1000만 시대를 앞두고 책임이 무겁다“면서 ”운영자 활동비 지원을 위해 사비를 출연하고 노인복지부 신설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노후한 대한노인회 사무실 일부를 서울 중구 태평로 소재 삼성생명 빌딩(현 부영태평빌딩)으로 이주시키는 등 대한노인회의 운영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왔다.
이 같은 대한노인회의 그의 지원은 법적 다툼 과정에서 고령이라는 점 등 선처를 바라는 다량의 탄원서로 이어져 2018년 7월 수감 161일만에 보석 석방을 이끌어내는 데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보석으로 석방된 지 4개월만인 그해 11월 부영그룹 소유의 무주덕유산리조트에서 ‘2018년 대한노인회 합동워크숍’ 개회하고 기조연설을 하는 한편 대한노인회의 이사회에도 적극 참석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나 보석 당시 재판부가 거주지를 한남동 자택으로 제한하고, 지정된 병원과 법원 출석 외에는 외출을 못하는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한때 ‘황제보석’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이 같은 여론의 질타에도 불구 이 회장은 지난해 5월에는 대한노인회를 방문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노인정책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비정상적인(?) 대외 행보를 이어갔다.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는 횡령과 배임 혐의 등 피의자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회장과 현 정부 여당의 대표가 공식적인 행사이나 만남을 가진 것 자체가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에 이어 정부지원금을 받는 비영리단체장직을 유지하는 것 역시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김성달 팀장은 "한 마디로 있을 수가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비영리단체이자 막대한 정부지원금까지 받고 있는 대한노인회가 어느새 부영그룹처럼 이 회장이 자신의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한낱 '사조직'으로 전락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또한 "이 같은 상황은 무엇보다도 대한노인회 내부의 자정 노력 부족과 나태함에서 비롯된 결과"라며 "재정, 인력 등 모든 면에서 상대가 안되는 시민단체, NGO들이 기울이는 노력만큼 대한노인회 역시 외부에 당당히 밝힐 수 있도록 투명한 경영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한 시스템 도입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