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촛불·용산·파업 시민 0명… ‘그들만의 사면’

이영철의 희망세상 2010. 8. 14. 09:25

촛불·용산·파업 시민 0명… ‘그들만의 사면’

정치·경영인만 포용… 친박 특혜 베풀며 노건평 끼워넣기

 

정부는 13일 정치인과 대기업 경영인이 대거 포함된 8·15 특별사면을 발표하며 '화해와 포용' '국민통합' 등의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정작 포용과 통합의 대상이 돼야 할 촛불시위 참가자나 용산참사 관련자, 쌍용차파업 가담자 등 일반 시민·노동자는 단 한 명도 특사에 포함되지 않아 '그들만의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1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이번 특사 대상자는 지난 정부 주요 인사 4명, 선거사범 2375명, 각종 비리 혐의로 사법처리된 전직 국회의원·공직자·자치단체장 59명, 경제인 18명, 외국인·불우 수형자 27명, 기타 10명 등 총 2493명이다. 현 정부 출범 이전에 징계받은 전·현직 공무원 5685명은 징계를 면제받았다.

사면자 명단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세 부류다. 먼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 등 참여정부 관련 인사 4명이 포함됐다. 노씨는 세종증권 매각 비리 등 혐의로 징역 2년6월과 추징금 3억원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으나 형집행면제 특별사면으로 15일 풀려나게 됐다.

노건평·서청원·이학수·김인주(왼쪽부터)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1억2345만원을 선고받은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형선고실효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을 받았다. 이에 따라 김 전 의장은 각종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특별감형돼 남은 형기의 절반만 채우게 했다.

서청원 전 대표, 김노식 전 의원 등 18대 총선에서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친박연대 소속 정치인 2명도 특별감형됐다. 서 전 대표에게 공천헌금을 준 혐의로 실형이 선고된 친박연대 소속 양정례 전 의원의 모친 김순애씨도 특별감형됐다. 이번 특사에 포함된 선거사범 중 18대 총선 관련자는 이들 3명이 전부다. 현 정부 들어 비리를 저지른 사람은 특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에 예외를 둔 것이다.

최교일 법무부 검찰국장은 "서 전 의원의 경우 심근경색증과 돌연사 위험, 디스크 등의 지병으로 작년 7월 형집행정지를 받았으며, 현재도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면서 "김노식 전 친박연대 의원과 같은 당 양정례 전 의원의 모친인 김순애씨도 지병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과 김인주 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등 대기업 경영인도 형선고실효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됐다. 이익치 전 현대증권 대표와 박건배해태그룹 회장은 형집행면제 특별사면을 받았고, 유상부 전 포스코 회장은 특별복권됐다.

반면 촛불시위·용산참사·각종 파업 등에 참여했다 실형을 선고받은 시민·노동자는 단 한 명도 특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특사를 놓고 제대로 된 사회통합보다는 주류 세력 내부의 화해를 도모한 것에 불과하다는 혹평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친박계 정치인에게 특혜를 베풀면서 노건평씨 등을 끼워넣어 참여정부와 화해하는 모양새를 갖춘 데서 보듯 정치공학적 계산의 산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사면법은 대통령 마음대로 사면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정치공학적 사면은 서민의 박탈감을 키우고 법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일정 형량 이상을 받거나 형량의 일정 기간을 채우지 못한 경우 사면을 받을 수 없도록 사면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