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그룹! 참 잘들하고 있네요...

<부영그룹 계열사 '도련님 수발'에 휘청>

일감.운영자금.사무실까지 그룹 계열사에서 조달

 

부영그룹 계열사들이 그룹 회장의 막내아들이 경영하는 특정 계열사 지원에 발벗고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1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부영그룹 계열사로 영화제작사인 부영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같은 그룹 계열사인 동광주택에서 35억원을 빌렸으나 한푼도 갚지 않았다.

 

이 업체는 작년 3∼9월 동광주택에서 매달 5억원꼴로 총 35억원의 운영자금을 차입했다. 당초 연 5.5%의 금리에 1년 뒤 갚는 조건이었지만 올해 6차례에 걸쳐 차입금 전액의 만기를 1년 더 연장했다.

 

부영엔터는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부채총계(69억7천100만원)가 자산총계(35억6천800만원)의 2배에 이르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작년 매출액은 6억3천200만원에 불과한 반면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20억6천200만원과 23억2천800만원에 이르고 있다.

 

채권자인 동광주택도 작년 영업이익(-283억4천900만원)과 당기순이익(-222억8천300만원)에서 모두 적자를 내는 등 실적이 좋지 않아 자본잠식 상태의 계열사에 자금을 빌려줄 만큼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적자 업체가 손해를 무릅쓰고 자본잠식 업체에 돈을 빌려주는 비상식적인 거래는 부영그룹 오너 일가의 혈연관계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동광주택의 대표이사는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이고, 이 회장의 배우자인 나길순씨는 감사를 맡고 있다. 부영엔터의 대표는 이들 부부의 막내아들인 이성한씨다.

이씨는 지난 8월 자신이 100% 보유한 부영엔터 주식 2만주를, 모친 나씨가 최대주주인 부영그룹 계열사인 대화기건에 무상 양도했다.

 

대화기건은 작년 매출액 137억6천300만원에 영업익 20억3천900만원, 순이익 18억4천만원을 올린 '알짜 계열사'다.

1998년 '대화유통'으로 설립됐고 2008년 대화기건으로 사명을 변경한 뒤 2009년 이성한씨가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주요 사업은 건자재 도·소매업, 소방시설공사, 기계설비공사 등이다.

이 업체는 부영엔터의 최대주주가 된 이후 지난 8월 말 신주 발행을 통한 유상증자로 부영엔터에 45억원을 지원했다.

 

운영자금을 대주다 못해 알짜 계열사를 통째 넘겨준 셈이지만 증여세 등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부영엔터가 2년 연속 영업손실을 낸 부실회사라 상속세와 증여세법상 주식평가액이 한푼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영그룹의 한 관계자는 "대화기건은 그동안 그룹사 일감을 받아 수익을 냈는데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가 금지돼 독자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동종 사업을 하는 부영엔터와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내고자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화기건은 2002년 영화제작업 면허를 취득했고 영화 및 광고물 제작과 광고대행업을 사업 내용으로 공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부터 현재까지 그룹 계열사에서 받은 일감은 건물 설비·소방시설 공사 등에만 한정됐다.

 

실제 그룹 차원의 광고·영상 일감은 부영엔터로 몰렸다. 이 업체는 작년 한해 부영주택을 상대로 해외홍보영상물 촬영과 기증사업 광고를 따내 3천4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모든 계약은 수의계약 방식으로이뤄졌고, 대금은 현금으로 지급됐다.

 

심지어 부영엔터가 사무실로 사용하는 서울 양천구 목동 건물도 그룹 계열사인 부영주택 소유다. 보증금 1억원에 연간임차료는 고작 1천100만원이다.

 

한편 동광주택의 한 관계자는 부영엔터 대출 건에 대해 "이자를 제대로 받고 있다"면서 "당연히 받아야 할 빚이고 대여금 회수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언급하지 않았다.